마트 한가운데서 아이가 주저앉으면 설득부터 하지 마세요

각성이 올라간 상태에서는 말을 처리하는 회로가 먼저 닫혀 설득이 들리지 않습니다. 자극을 줄이고, 말수를 줄이고, 기다린 뒤에 한 줄만 이야기합니다. 횟수를 줄이는 건 그 자리가 아니라 나가기 전에 하는 준비에서 갈립니다.

마트 한가운데서 아이가 주저앉으면 설득부터 하지 마세요

계산대 앞에서 아이가 주저앉았습니다.

사람들이 봅니다. 뒤에 줄이 섰습니다. "일어나, 얼른." 하고 손목을 잡는 순간 소리가 더 커집니다.

그 순간 설득은 안 들립니다

말로 타이르는 게 안 통하는 건 아이가 고집을 부려서가 아닙니다. 이미 각성이 올라간 상태에서는 말을 처리하는 회로가 먼저 닫힙니다.

그래서 "왜 그래", "이러면 안 돼", "약속했잖아" 는 이 시점에 소용이 없습니다. 아이가 안 듣는 게 아니라 못 듣습니다.

가라앉히는 게 먼저고, 가르치는 건 그다음입니다. 순서가 바뀌면 둘 다 안 됩니다.

순서가 있습니다

| | 할 것 | 하지 말 것 | | 1분 | 자극을 줄인다. 조용한 쪽으로 이동 | 설명·훈계·협상 | | 그다음 | 말수를 줄인다. 짧게, 낮게, 천천히 | 질문 세례 | | 그다음 | 기다린다. 옆에 있되 말은 안 한다 | 사람들 눈치 보며 재촉 | | 가라앉으면 | 다음에 어떻게 할지 한 줄만 | 그 자리에서 길게 복기 |

"조용한 쪽으로 이동"이 제일 어렵습니다. 안아 옮기는 게 안 되는 아이도 있으니까요. 그럴 땐 내가 아이 앞에 서서 시선을 가려주는 것만으로도 자극이 줄어듭니다.

말은 짧을수록 낫습니다

"괜찮아. 여기 있어."
"엄마 여기 있어."
"다 하면 갈 거야."

세 단어를 넘기지 않는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같은 말을 같은 톤으로 반복하는 게 새로운 말을 보태는 것보다 낫습니다.

사람들 시선은 어떻게 하나

이게 사실 제일 힘든 부분입니다. 아이를 보고 있는 게 아니라 주변을 보고 있는 나를 다루는 문제라서요.

한마디 준비해 두시면 도움이 됩니다.

"괜찮습니다. 금방 지나갑니다."

이 말은 사실 남한테 하는 말이 아닙니다. 자기한테 하는 말입니다. 설명할 의무는 없습니다. 안 하셔도 됩니다.

다음번을 줄이는 건 그 자리가 아니라 그 전입니다

무너진 순간에 할 수 있는 건 관리뿐입니다. 횟수를 줄이는 건 가기 전에 합니다.

갈 곳과 살 것을 미리 말한다  ("두 개만 사고 나올 거야")
끝을 미리 정한다             ("계산하면 끝이야")
배고프거나 졸릴 때는 안 간다
아이가 들 수 있는 걸 하나 준다  (역할이 생기면 덜 무너집니다)

전부 해도 무너지는 날이 있습니다. 그건 준비가 부족해서가 아닙니다.

그리고 집에 와서

아이한테 하실 말은 한 줄이면 됩니다. 길게 복기하면 아이는 '나는 나쁜 아이'만 남깁니다.

그리고 스스로에게도 한 줄만 하세요. 오늘 잘 데리고 나왔다가 잘 데리고 들어왔습니다. 그거면 된 날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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