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에 무슨 말을 할지 미리 정해두면 그날이 덜 힘듭니다

명절에 어른들을 이해시키는 데 성공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그날의 목표는 설득이 아니라 무사히 넘기는 것입니다. 짧게 끊는 한 문장을 미리 준비하고, 아이가 쉴 자리를 확보하고, 자기 부모에게는 자기가 말하기로 배우자와 먼저 맞춰 둡니다.

명절에 무슨 말을 할지 미리 정해두면 그날이 덜 힘듭니다

시댁이든 친정이든, 도착하고 삼십 분이면 시작됩니다.

"애가 아직도 말을 못 하니?" "늦된 애들 많아. 우리 애도 다섯 살에 텄어." "엄마가 너무 끼고 도는 거 아니야?"

그 자리에서 제대로 대답한 적이 한 번도 없으실 겁니다. 설명하려 들면 길어지고, 길어지면 결국 "네가 예민한 거다"로 끝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그때 왜 아무 말도 못 했을까를 몇 시간씩 곱씹습니다.

이 글은 어른들을 이해시키는 방법에 관한 것이 아닙니다. 그날 하루를 무사히 넘기는 방법에 관한 것입니다.

그날의 목표는 설득이 아닙니다

명절에 발달지연을 설명해서 납득시키는 데 성공한 사람을 보기 어렵습니다. 이유가 있습니다.

  • 여러 사람이 함께 듣는 자리라, 듣는 쪽도 물러서기 어렵습니다
  • 정보를 주면 반박이 돌아오고, 반박에 답하면 토론이 됩니다
  • 토론은 이겨도 남는 게 없습니다. 다음 명절에 똑같이 반복됩니다

그래서 목표를 바꿉니다. 오늘은 대화를 짧게 끊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해는 몇 년에 걸쳐, 한 사람씩, 다른 자리에서 이루어집니다.

한 문장만 준비해 갑니다

길게 답할수록 대화가 이어집니다. 짧고 완결된 한 문장이 가장 강합니다.

들은 말 짧게 끊는 답
왜 아직 말을 못 하니 병원에서 보고 있어요. 챙기고 있습니다.
늦된 거야, 기다려 봐 네, 기다리면서 같이 하는 것도 있어요.
검사까지 받을 일이야? 일찍 보는 게 낫다고 해서요.
엄마가 예민한 거다 그럴 수도 있죠. 저녁 뭐 도와드릴까요.

마지막 줄이 실제로 가장 잘 듣습니다. 동의하지 않으면서 대화를 닫는 방법이라, 상대도 더 밀고 들어올 자리가 없습니다.

진단명은 말하지 않아도 됩니다. 한 번 나온 말은 친척 전체에게 퍼지고, 다음 명절에 그 이름으로 불립니다. 말할지 말지는 준비가 됐을 때 정하는 것이지, 그 자리에서 압박에 밀려 정할 일이 아닙니다.

아이를 그 자리에서 빼내는 것도 방법입니다

어른들 말보다 아이가 먼저 무너지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낯선 집, 평소보다 큰 소리, 바뀐 밥 시간, 만지지 말라는 물건이 잔뜩. 아이 입장에서는 하루 종일 참는 자리입니다.

  • 도착하자마자 아이가 혼자 있을 수 있는 방 하나를 확보합니다
  • 평소에 쓰는 담요·인형·이어폰을 가져갑니다. 낯선 곳에서 익숙한 물건 하나가 버팀목이 됩니다
  • 무너지기 전에 나옵니다. 무너진 뒤에 나오면 "봐라, 버릇이 저래서"가 됩니다
  • 밥 시간과 낮잠 시간은 평소대로 지킵니다. 이건 양보할수록 손해입니다

"조금만 더 있다 가자"가 대부분 그날을 망칩니다.

배우자와 먼저 맞춰야 합니다

명절 스트레스의 절반은 어른들이 아니라 배우자가 그 자리에서 편들어 주지 않았다는 것에서 옵니다.

가기 전에 두 가지만 정해둡니다.

  1. 누가 대답할 것인가 — 자기 부모에게는 자기가 말합니다. 며느리가 시부모에게, 사위가 처부모에게 설명하는 구도가 되면 그날 반드시 상처가 남습니다
  2. 언제 나올 것인가 — 나오는 시각을 미리 정해두면, 그 자리에서 눈치싸움을 안 해도 됩니다

이 이야기를 읽으며 마음이 불편한 아빠가 계실지도 모릅니다. 몰라서 못 하는 경우가 정말 많습니다. 나쁜 마음이어서가 아니라, 그 말들이 배우자에게 얼마나 무겁게 꽂히는지 몰라서요. 그 자리에서 "우리가 알아서 해요" 한마디를 대신 해주는 것만으로 그날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곱씹지 않기는 어렵습니다. 대신 이렇게 정리해 두면 다음이 조금 낫습니다.

  • 오늘 가장 아팠던 한마디를 적어둡니다
  • 다음에 그 말이 나오면 뭐라고 할지 한 줄만 미리 정합니다
  • 아이한테는 "오늘 잘 참았어"라고 말해 줍니다. 아이도 하루 종일 참았습니다

명절에 이해받지 못한 것은 부모가 설명을 잘못해서가 아닙니다. 그 자리가 원래 그런 자리입니다. 이해는 명절이 아닌 날, 한 사람과 단둘이 있을 때 훨씬 잘 옵니다.

이 글은 정보 제공을 위한 것이며 진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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