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선지능인, 법도 제도도 없는 사각지대…"기본법 제정 서둘러야"
국회에 경계선지능인 지원 법률안이 계류된 지 수년이 지났지만, 2026년 7월 현재까지도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전국 128개 지자체와 교육청에 관련 조례가 흩어져 있을 뿐, 국가 차원의 통합 지원 체계는 여전히 없는 상태다. 현장에서는 "이 아이들이 어디에도…

국회에 경계선지능인 지원 법률안이 계류된 지 수년이 지났지만, 2026년 7월 현재까지도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전국 128개 지자체와 교육청에 관련 조례가 흩어져 있을 뿐, 국가 차원의 통합 지원 체계는 여전히 없는 상태다. 현장에서는 "이 아이들이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현실이 달라지지 않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장애인도 아니고, 비장애인도 아닌 자리
경계선지능은 통상 지능지수(IQ) 71~84 사이를 가리킨다. 지적장애 진단 기준에는 미치지 않지만, 일상적인 학습과 사회 적응에 뚜렷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이들이 현행 법률의 어디에도 명확히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장애인복지법은 지적장애 등록 기준을 충족해야 적용된다.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이른바 발달장애인법 역시 자폐성 장애와 지적장애를 대상으로 하고 있어 경계선지능인은 적용 범위 밖이다. 복지 서비스를 받으려면 장애 등록이 전제가 되는 구조인데, 경계선지능인은 그 첫 단추조차 끼울 수 없는 것이다.
이 때문에 경계선지능 아동이 학교에서 학습 지원을 받지 못하거나, 성인이 돼서도 취업·자립 프로그램 연결이 끊기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는 게 현장 관계자들의 공통된 진술이다.
조례 128개, 하지만 어디 사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지원
그나마 지방 차원에서는 일부 움직임이 있었다. 전국 128개 지자체와 교육청이 경계선지능인 관련 조례를 만들었다. 서울, 경기 등 일부 광역 지자체는 실태조사나 지원센터 운영을 조례에 담기도 했다.
그러나 조례는 지역마다 내용과 수준이 크게 다르다. 어떤 지역에서는 조기 발견과 교육 지원까지 규정하는 반면, 다른 지역에서는 선언적 조항만 담겨 있을 뿐 실질적인 서비스 근거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방 재정 여건에 따라 사업 유무 자체가 갈리기도 한다. 결국 경계선지능인이 어느 지역에 사느냐에 따라 받을 수 있는 지원이 전혀 달라지는 구조다.
생애주기 단절 문제도 심각하다. 초등학교 때 학교 차원의 학습 지원을 받더라도 중학교 진학, 성인 전환 시점에서 연결이 끊기는 경우가 많다. 아동기·청소년기·성인기에 걸쳐 일관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체계가 없기 때문이다. 관련 단체들은 이 단절이 경계선지능 당사자와 가족 모두에게 반복적인 위기를 만들어낸다고 호소한다.
법안은 계류 중, 현장의 시계는 멈춰 있다
국회에는 경계선지능인 지원에 관한 법률안이 발의돼 있다. 구체적인 정의와 실태조사 의무, 지원 체계 구축 등을 담은 내용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상임위 심사 단계에서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관련 단체들의 설명이다.
법안 통과가 지연되는 동안 현장의 압박은 거세지고 있다. 지원 단체와 부모 모임들은 국회 앞 캠페인, 청원, 공개 토론회 등을 이어가며 입법 촉구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발달장애인법처럼 경계선지능인의 권리와 지원 체계를 아우르는 기본법 제정이다.
발달장애인법은 2014년 제정 이후 발달장애인 대상 서비스 체계 구축의 법적 근거가 됐다. 지원 단체들은 경계선지능 분야도 이와 유사한 기본법이 마련돼야 지자체 조례의 한계를 넘어 국가 책임이 분명해질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사자만 수백만, 인식은 아직 걸음마
경계선지능 인구는 통계적으로 전체 인구의 약 13~14%에 해당한다고 추산된다. 국내 인구 기준으로 수백만 명에 달하는 규모임에도 사회적 인식은 여전히 낮다. '조금 느린 아이'라는 표현이 익숙한 반면, 이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어려움을 겪고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에 대한 공론화는 부족하다.
학교 현장에서도 경계선지능 학생은 특수교육 대상이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담임교사 재량에 기대거나 개인이 사교육으로 해결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부모들 사이에서는 어렵게 기관을 찾아 연결했다가 성인이 되는 순간 모든 서비스가 끊기는 경험을 '절벽'에 비유하는 말이 오래전부터 통용돼 왔다.
기본법이 제정되더라도 예산 확보와 인프라 구축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법적 근거조차 없는 지금보다는 출발점이 달라진다는 것이 지원 단체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국회가 이 계류 법안을 어떻게 처리할지, 다음 정기국회가 하나의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