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중 타이레놀이 자폐·ADHD를 유발한다는 연구, 형제자매 비교하자 달라진 결론

홍콩에서 형제자매 쌍을 직접 비교하는 방식으로 진행된 연구가 임신 중 아세트아미노펜 복용을 둘러싼 오랜 논란에 새로운 근거를 내놨다. 산전 아세트아미노펜 노출이 자폐 스펙트럼 장애나 ADHD 위험을 실질적으로 높이지 않는다는 결과다. 기존 연구들이 제기했던 연관성이 사실은…

임신 중 타이레놀이 자폐·ADHD를 유발한다는 연구, 형제자매 비교하자 달라진 결론

홍콩에서 형제자매 쌍을 직접 비교하는 방식으로 진행된 연구가 임신 중 아세트아미노펜 복용을 둘러싼 오랜 논란에 새로운 근거를 내놨다. 산전 아세트아미노펜 노출이 자폐 스펙트럼 장애나 ADHD 위험을 실질적으로 높이지 않는다는 결과다. 기존 연구들이 제기했던 연관성이 사실은 교란 변수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함께 제시됐다.

"복용한 아이"와 "복용하지 않은 아이"를 같은 가족 안에서 비교했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설계 방식에 있다. 일반적인 역학 연구는 서로 다른 가정의 아이들을 비교하기 때문에, 집안 환경이나 유전적 소인 같은 변수가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가령 임신 중 통증이나 발열로 해열제를 자주 복용한 산모는 만성 염증이나 자가면역 질환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있는데, 이러한 산모의 건강 상태 자체가 아이의 신경발달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아세트아미노펜을 복용했기 때문이 아니라, 복용이 필요한 몸 상태였기 때문에 위험이 높아졌을 수 있다는 것이다.

형제자매 대조 설계는 이런 교란 요인을 상당 부분 통제할 수 있다. 같은 부모, 같은 가정 환경, 비슷한 유전적 배경을 가진 형제자매 가운데 한 명은 임신 중 아세트아미노펜에 노출됐고, 다른 한 명은 그렇지 않았다. 이 구조 안에서 비교하면, 가족 요인이 아니라 약물 노출 자체의 효과를 훨씬 선명하게 볼 수 있다. 홍콩 연구진이 이 방법을 선택한 것은 바로 그 이유에서였다.

결과는 기존의 일부 연구들이 보여줬던 것과 달랐다. 형제자매 안에서 비교했을 때, 아세트아미노펜에 노출된 아이가 자폐 스펙트럼 장애나 ADHD로 진단받을 가능성이 높지 않았다. 노출 여부보다는 가족 내 공유 요인이 앞선 연구의 연관성을 만들어낸 주된 원인이었을 것으로 분석됐다.

같은 결론이 덴마크에서도 나왔다

이 연구가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독립적으로 진행된 덴마크 연구와 결론이 일치한다는 점이다. 덴마크는 장기 추적 코호트 연구에서 세계적으로 앞서 있는 나라다. 출생부터 성인기까지 수십 년치 의료 기록과 처방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어, 신경발달 연구에서 자주 기준점이 되는 나라다. 그 덴마크의 선행 연구 역시 산전 아세트아미노펜 노출과 자폐·ADHD 사이에 인과적 연관성이 없다는 결론을 낸 바 있다.

서로 다른 연구 집단, 서로 다른 국가, 서로 다른 의료 환경에서 같은 방향의 결과가 나온다는 것은 과학적 근거의 누적이라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한 연구의 결론은 가설이지만, 독립적으로 설계된 복수의 연구가 같은 방향을 가리키면 그 가설은 훨씬 단단해진다. 전문가들이 이번 홍콩 연구를 단순한 추가 데이터가 아니라, 기존 우려를 재검토하는 계기로 평가하는 배경이 여기에 있다.

기존 연구들이 왜 다른 결론을 냈는가

지난 10여 년 사이, 산전 아세트아미노펜 노출이 아이의 신경발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들이 꾸준히 발표됐다. 일부 메타분석은 자폐나 ADHD 위험이 통계적으로 높아진다는 결론을 내기도 했다. 이 결과들은 임신 중 해열제 복용을 걱정하는 부모들 사이에 빠르게 퍼졌고, 일부 의료계에서도 주의를 권고하는 분위기가 생겼다.

그러나 이번 연구가 제시하는 해석은 다르다. 기존 연구의 연관성은 아세트아미노펜 자체의 효과가 아니라, 그 약이 필요한 상황, 즉 산모의 건강 상태, 염증, 통증을 일으키는 기저 질환, 또는 가족 전반에 걸쳐 공유되는 유전적·환경적 요인이 함께 작용한 결과일 수 있다는 것이다. 교란 변수를 충분히 통제하지 못한 연구일수록 연관성이 강하게 나오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된다.

이는 역학 연구의 오래된 딜레마이기도 하다. 연관성은 인과성이 아니다. 어떤 요인이 함께 나타난다고 해서, 한쪽이 다른 쪽을 일으킨다고 말할 수는 없다. 연구 설계가 그 둘을 구분하지 못하면, 결론은 틀린 방향을 가리키게 된다.

임신 중 해열제를 걱정해온 부모들에게

아세트아미노펜은 임신 중 사용할 수 있는 해열·진통제로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 쓰인다. 다른 소염진통제들이 임신 중 복용에 제약이 있는 것과 달리, 아세트아미노펜은 의료 현장에서 상대적으로 안전한 선택지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신경발달 위험을 지적하는 연구들이 나오면서, 발열이나 통증이 생겼을 때 복용을 망설이는 임신부가 늘었다. 치료를 미루거나 불필요한 불안을 안고 임신 기간을 보내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이번 연구는 그 불안에 직접 답한다. 형제자매 대조라는 방법론적으로 더 정교한 설계로 같은 질문에 다시 답했을 때, 위험이 높아지지 않았다. 다만, 이 결과가 '아세트아미노펜을 얼마든지 복용해도 된다'는 의미로 읽혀서는 안 된다. 임신 중 모든 약물은 필요한 경우에 최소 용량으로, 담당 의사와 상의해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번 연구의 의미는 공포를 내려놓는 데 있지, 주의를 내려놓는 데 있지 않다.

자폐나 ADHD를 가진 아이를 키우는 부모 가운데는 임신 중 해열제를 먹은 기억이 원인이 됐을지 모른다는 죄책감을 안고 있는 이들이 있다. 이번 연구는 그 죄책감을 덜어낼 근거가 될 수 있다. 아이의 발달 특성은 단일한 원인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형제자매를 직접 비교한 이 연구의 결론은, 임신 중 복용한 해열제가 그 원인이 아닐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