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얘기를 그대로 할 수 있는 사람이 한 명은 있어야 합니다
정보는 검색하면 나오지만 '오늘 애가 미웠어요'를 말할 곳이 없습니다. 친정도 배우자도 또래 엄마도 저마다 비용이 들어 말을 아끼게 됩니다. 여러 명일 필요 없이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한 명이면 되고, 치료실 대기실이 의외로 그 자리가 됩니다.

모임에 나갔다가 아무 말도 안 하고 왔습니다.
누가 "애는 잘 커?" 하고 물었고, "네, 잘 커요." 하고 답했습니다. 거짓말은 아닌데 진짜도 아닙니다.
집에 오는 길에, 오늘 하루 있었던 일을 누구한테도 안 했다는 걸 깨닫습니다.
말할 곳이 없는 게 제일 오래 갑니다
느린 아이를 키우면서 힘든 건 여러 가지인데, 그중 제일 오래 남는 건 혼자라는 느낌입니다.
정보는 검색하면 나옵니다. 치료실도 찾으면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 애가 미웠어요" 이 말을 할 데가 없습니다.
왜 아무한테나 못 하는가
| | 왜 어려운가 | | 친정·시댁 | 걱정이 되돌아온다. 내가 또 안심시켜야 한다 | | 배우자 | 같이 무너지면 둘 다 못 버틴다. 그래서 아낀다 | | 또래 엄마들 | 비교가 시작된다. 위로가 상처가 될 때가 있다 | | 친구 | 설명해야 할 게 너무 많다. 설명하다 지친다 |
그래서 말을 안 하게 되는 게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게을러서도, 성격이 어두워서도 아닙니다. 매번 비용이 들어서 그렇습니다.
한 명이면 됩니다
여러 명일 필요 없습니다. 매일일 필요도 없습니다. 설명 안 해도 되는 사람 한 명이면 됩니다.
그런 사람이 없으면 만들어야 하는데, 대개 이런 자리에서 생깁니다.
치료실 대기실 (같은 시간대에 매주 마주치는 사람이 있습니다)
복지관·센터 부모 교육
같은 상황의 부모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
치료실 대기실이 의외로 큽니다. 다들 눈을 안 마주치지만 "몇 살이에요?" 한마디로 시작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첫마디가 어렵다면
이 한 줄이면 대개 열립니다.
"저희 애도 언어 하러 다녀요. 몇 개월째세요?"
정보를 묻는 형태라 부담이 적고, 답하는 쪽도 편합니다. 그리고 두세 번 마주치면 대개 진짜 이야기가 나옵니다.
잘 들어주는 사람의 조건
혹시 누군가 이 자리에 있어 주려 한다면, 필요한 건 조언이 아닙니다.
"그랬구나."
"많이 힘들었겠다."
"나도 그래."
해결책을 주려는 사람보다 같은 자리에 있어 본 사람이 낫습니다. 그래서 같은 처지의 부모끼리가 되는 겁니다.
그리고 이건 사치가 아닙니다
부모 마음 챙기는 게 뒷전이 되기 쉽습니다. 아이 치료가 먼저고, 그다음이 생활이고, 나는 마지막입니다.
그런데 부모가 먼저 지치면 아이 치료도 같이 멈춥니다. 말할 곳을 만드는 건 나를 위한 일이면서 결국 아이를 위한 일입니다.
오늘 하루가 어땠는지, 어디든 한 번 말해보세요. 남한테 못 하는 말, 여기서 하셔도 됩니다.
요즘 제일 힘든 건 어느 쪽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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