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아들이는 데 몇 년이 걸려도 이상한 게 아닙니다
수용은 한 번에 끝나지 않고 받아들였다가 다시 무너지는 것이 정상입니다. 마음이 못 따라가도 행동은 시작할 수 있습니다. 자책하게 만드는 말들과 감정을 다루는 실무적 방법을 담았습니다.

"받아들이는 데 얼마나 걸리셨어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6개월이라는 분도 있고, 몇 년이 지나도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분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 질문 자체가 부모를 힘들게 하기도 합니다. 아직 못 받아들인 내가 잘못하는 것 같은 기분 때문입니다.
받아들이는 건 한 번에 끝나지 않습니다
'수용'이라고 하면 어느 날 마음을 정하고 그 뒤로는 담담해지는 것처럼 들립니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진단을 받고 몇 달 뒤 마음을 다잡습니다. 그러다 놀이터에서 또래가 조잘조잘 말하는 걸 보고 다시 무너집니다. 다시 추스릅니다. 입학 상담에서 또 무너집니다.
받아들였다가 다시 안 받아들여지는 게 정상입니다. 한 번 정리하면 끝나는 감정이 아닙니다. 그래서 "아직도 이러는 내가 이상한가" 하고 자책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부정이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아닐 거야, 크면 괜찮아질 거야"라고 생각하는 시기가 있습니다. 나중에 돌아보면 그때 왜 그랬나 싶습니다.
그 시기에도 기능이 있습니다. 한 번에 다 감당하면 무너지기 때문에 조금씩 나눠 받는 것입니다. 사람의 마음이 자기를 보호하는 방식입니다.
문제는 부정이 행동을 멈출 때입니다.
- 아닐 거라고 생각해서 검사를 미룬다
- 좋아질 거라고 생각해서 치료를 안 시작한다
- 기관에서 하는 말을 안 듣는다
마음으로 아직 못 받아들이는 것과, 행동을 미루는 것은 분리할 수 있습니다. 믿기지 않아도 예약은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많은 부모가 그렇게 시작합니다. 마음은 나중에 따라옵니다.
먼저 겪은 부모들이 공통으로 하는 말
여러 부모의 이야기에서 반복되는 것들이 있습니다.
"빨리 인정한 게 결과적으로 나았다." 인정이 포기가 아니라, 에너지를 어디에 쓸지 정하는 일이었다는 뜻입니다. 아닌 이유를 찾는 데 쓰던 힘을 개입에 쓰게 됩니다.
"희망적인 이야기만 보지 말 것." 좋아진 사례만 찾아 읽으면 우리 아이가 안 좋아지는 게 내 탓처럼 느껴집니다. 다양한 경로를 보는 편이 오히려 마음이 편해집니다.
"장애 등록해도 세상이 다 알지 않는다." 등록을 망설이는 큰 이유가 낙인인데, 실제로는 알려지는 범위가 생각보다 좁습니다. 대신 받을 수 있는 지원은 분명합니다.
"시기를 놓치면 되돌리기 어렵다." 특히 애매한 경계에 있는 아이일수록 그렇습니다. 심한 아이는 누구나 알아보지만, 애매한 아이는 부모가 판단을 미루는 동안 시간이 갑니다.
이런 말은 하지 않으셨으면
부모들끼리 서로에게, 그리고 자기 자신에게 하지 않았으면 하는 말이 있습니다.
"다른 집 아이도 그랬는데 지금 멀쩡해요." 위로하려는 마음은 알지만, 이 말은 판단을 미루게 만듭니다. 그 아이와 내 아이는 다릅니다.
"엄마가 마음을 편하게 먹어야 애가 좋아져요." 부모 탓으로 돌리는 말입니다. 마음이 편해서 좋아지는 게 아니라, 부모가 덜 소진되어야 오래 갈 수 있다는 뜻으로 바꿔 말해야 합니다.
"내가 그때 뭘 잘못해서." 발달의 문제는 대부분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고, 부모의 양육 방식이 원인이라는 근거는 약합니다. 이 자책은 사실에 근거하지 않습니다.
감정을 다루는 실무적인 방법
우는 걸 미루지 마세요. 참고 넘긴 감정은 나중에 더 큰 덩어리로 돌아옵니다. 그날 다 울고 털어내는 편이 낫습니다.
혼자 있는 시간을 확보하세요. 하루 30분이라도 아이 생각을 안 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사치가 아니라 유지비입니다.
말할 곳을 만드세요. 가족에게 다 말하기 어렵습니다. 걱정할까 봐, 싸움이 될까 봐. 같은 자리에 있어 본 사람에게 하는 말은 설명이 필요 없습니다.
필요하면 도움을 받으세요. 우울이 오래가면 진료를 받는 게 맞습니다. 부모의 정신건강이 아이의 예후와 연결된다는 연구는 여러 건 있습니다. 부모를 돌보는 게 아이를 돌보는 일의 일부입니다.
마지막으로
받아들인다는 게 슬프지 않게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슬픈 채로도 다음 일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에 가깝습니다.
오늘 못 받아들이셨어도 괜찮습니다. 예약 하나 잡으셨다면 그걸로 오늘 몫은 하신 겁니다.
요즘 제일 힘든 건 어느 쪽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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