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없다고 말할 때 물어볼 것이 따로 있습니다

같은 말이 네 가지 상황을 덮고 있습니다. 방법을 모르는 것, 혼자가 편한 것, 한 명과 틀어진 것, 배제되는 것. 감정을 캐묻는 대신 그날 장면을 시간 순으로 물으면 아이가 답할 수 있고, 어느 쪽인지 갈립니다.

친구가 없다고 말할 때 물어볼 것이 따로 있습니다

아이가 "나는 친구가 없어"라고 말하면 그 자리에서 뭐라고 해야 할지 막막합니다. 아니라고 하면 거짓말이 되고, 맞다고 하면 아이가 무너질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말은 생각보다 여러 상황을 한 문장으로 덮고 있습니다. 무엇을 확인하느냐에 따라 다음에 할 일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같은 말이 네 가지 상황을 가리킵니다

첫째, 놀고 싶은데 방법을 모르는 경우입니다. 같이 놀고 싶은 마음은 있는데 끼어드는 방법을 모릅니다. 대뜸 끼어들었다가 거절당한 경험이 쌓이면 아예 시도를 멈춥니다.

둘째, 혼자가 편한 경우입니다. 쉬는 시간에 혼자 있는 게 힘들지 않은 아이도 있습니다. 이 경우 "친구가 없다"는 말은 관찰의 결과이지 고통의 표현이 아닐 수 있습니다. 어른이 걱정하는 만큼 아이가 아프지 않을 수 있습니다.

셋째, 특정한 한 명과 틀어진 경우입니다. 전체가 아니라 한 관계가 어긋난 것인데 아이는 그걸 "친구가 없다"로 말합니다.

넷째, 배제되고 있는 경우입니다. 이건 앞의 셋과 다릅니다. 개입이 필요합니다.

무엇인지 알아내려면 캐묻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누가 그랬어? 왜? 언제부터?" 하고 물으면 아이는 입을 닫습니다. 심문처럼 느껴지기 때문이고, 무엇보다 아이가 그 답을 모를 때가 많습니다.

대신 그날 하루를 시간 순으로 물어보는 방법이 있습니다. "쉬는 시간에 어디 있었어?" "점심은 누구 옆에서 먹었어?" "체육 시간에 짝은 어떻게 정했어?" 장면을 물으면 아이가 답할 수 있습니다. 감정을 물으면 답을 못 합니다.

며칠 이렇게 물어보면 패턴이 보입니다. 쉬는 시간마다 혼자인지, 특정 시간에만 그런지, 짝을 정하는 순간에만 어려운지가 갈립니다.

선생님께 물을 때는 다르게 묻습니다

"우리 아이 친구 있나요?"라고 물으면 대개 "잘 지내요"라는 답이 돌아옵니다. 선생님이 성의가 없어서가 아니라 그 질문에 답할 방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관찰할 수 있는 것을 물으면 답이 구체적으로 옵니다. 쉬는 시간에 주로 누구와 있는지, 모둠을 정할 때 어떻게 되는지, 먼저 말을 거는 편인지 아니면 기다리는 편인지. 이렇게 물으면 선생님도 그 뒤로 그 장면을 봐 주십니다.

집에서 만들 수 있는 것은 기술이 아니라 기회입니다

사회성 훈련이라고 하면 대화법을 가르치는 것을 떠올리게 됩니다. 그런데 여러 아이에게 더 잘 통하는 것은 함께할 거리를 만들어 주는 것입니다.

규칙이 분명한 놀이가 좋습니다. 보드게임이나 공놀이처럼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정해져 있으면 대화를 지어내지 않아도 같이 있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그냥 놀아"는 가장 어려운 지시입니다.

인원은 적을수록 낫습니다. 넷보다 둘이 쉽고, 처음에는 부모가 옆에 있는 편이 낫습니다. 한 명과 여러 번 만나는 것이 여러 명을 한 번씩 만나는 것보다 남습니다.

하지 않는 편이 나은 것

다른 아이 앞에서 우리 아이 사정을 설명하는 일은 피하시는 게 좋습니다. 배려를 부탁하려던 것이 아이를 돌봐야 할 대상으로 만들어 버립니다. 또래 관계는 대등할 때만 이어집니다.

"왜 친구를 못 사귀니"라는 말도 아이에게 남습니다. 아이는 이미 알고 있고, 방법을 모를 뿐입니다.

학교 밖에서 만나는 관계도 셉니다

학교에서 친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면 선택지가 좁아집니다. 한 반 스물다섯 명 안에서 맞는 아이를 찾아야 하는데, 그게 안 되면 방법이 없어 보입니다.

같은 치료실에 다니는 아이, 사촌, 태권도장이나 미술학원에서 만나는 아이도 또래입니다. 관심사가 같은 아이라면 학년이 한두 살 달라도 괜찮습니다. 학교 안에서만 답을 찾으려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건 언제 상담을 받아야 할 신호인가

또래 관계가 안 되는 것 자체보다 아이가 어떤 상태인지가 기준입니다. 학교 가기를 거부하거나, 배가 아프다는 말이 늘거나, 잠들기 어려워하거나, 좋아하던 것에 흥미를 잃었다면 관계 문제가 이미 다른 데로 번진 것입니다.

이때는 사회성 훈련보다 아이 마음을 먼저 봐야 합니다. 치료실에 다니고 있다면 선생님께 말씀드리시고, 아니라면 학교 상담 선생님부터 만나 보셔도 됩니다.

배제라면 다르게 움직입니다

놀림이나 따돌림이 확인되면 이건 사회성 문제가 아니라 안전 문제입니다. 아이에게 대처법을 가르치는 것으로 끝내면 안 됩니다.

날짜와 상황을 적어 두시고 담임 선생님께 사실 그대로 전하십시오. 감정을 담아 항의하는 것보다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학교를 움직입니다. 반복되면 학교폭력 절차가 따로 있습니다.

남는 이야기

친구가 없다는 말을 들었을 때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은 그 말을 지워 주는 것입니다. 그런데 아이가 원하는 것은 부정이 아니라 확인일 때가 많습니다.

"그랬구나. 오늘 쉬는 시간에 어땠는지 말해 줄래?" 이 정도면 충분합니다. 아이는 자기 말이 받아들여졌다는 것만 확인되면 다음 이야기를 꺼냅니다.

학교에 요청했는데 잘 안 됐던 지원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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