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앉는 게 아니라 아직 안 배운 겁니다 — 착석이 왜 사회성 문제인가
주의집중은 아이가 어쩌지 못하는 뇌의 문제입니다. 하지만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은 가르칠 수 있는 습관입니다. 착석은 약속이고, 약속을 지키는 힘이 곧 사회성입니다.

주의집중은 아이가 어쩌지 못하는 뇌의 문제입니다. 하지만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은 가르칠 수 있는 습관입니다. 착석은 약속이고, 약속을 지키는 힘이 곧 사회성입니다.
"우리 애가 ADHD라서 수업 중에 좀 돌아다니나 봐요. 어쩔 수 없는 건데 선생님이 힘들다고 하시네요."
자주 오가는 이야기입니다. 교실을 헤집고 다니면서 떠든다고요.
그런데 그 아이가 달리는 차 안에서 문을 열고 뛰어내리지는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한쪽은 큰일이 나고, 한쪽은 아무 일도 안 나기 때문입니다
교실에서 일어나 돌아다니면 무슨 일이 생기나요?
아무 일도 안 생깁니다. 선생님이 부르고, 앉히고, 또 일어나면 또 부르고. 거기서 끝납니다.
아이는 그 사실을 압니다. 누가 설명해줘서가 아니라 여러 번 겪어봐서 압니다.
'못 하는 것'과 '아직 안 배운 것'은 다릅니다
여기서 오해가 생깁니다.
주의집중은 아이가 어쩌지 못하는 영역입니다. 40분 동안 칠판에 시선을 붙들어 두는 일은 ADHD 아이에게 물리적으로 버겁습니다. 뇌가 그렇게 생긴 것이지 노력이 부족한 게 아닙니다. 여기에 대고 "왜 집중을 안 하니"라고 하면 안 됩니다.
자리에서 일어나 교실을 돌아다니는 것은 다른 층위의 문제입니다. 앉아서 딴생각을 하는 아이와, 일어나서 걸어 다니는 아이는 다릅니다. 앞쪽은 못 하는 것이고 뒤쪽은 아직 안 배운 것입니다.
이 둘을 뭉뚱그리면 가르칠 기회가 사라집니다. "ADHD라서 그렇지"로 덮어버리면 아이는 그 자리에 그대로 남습니다.
오해는 마세요. 아이를 탓하자는 말도, 부모가 안 가르쳐서라는 말도 아닙니다. 그냥 아직 순서가 오지 않았을 뿐입니다. 순서를 만들어주면 됩니다.
이렇게 말하면 아무것도 안 남습니다
"수업시간에 좀 앉아 있어. 다른 애들은 다 앉아 있잖아. 너는 왜 그래?"
비교하고, 나무라고, 정작 왜 앉아야 하는지는 말해주지 않습니다. 아이가 여기서 가져가는 건 하나뿐입니다. "나는 남들과 다른 애구나."
이렇게 말해 주세요
"수업시간은 다 같이 앉아서 배우는 시간이야. 그때는 돌아다니지 않는 거야. 돌아다니는 시간은 따로 있어. 쉬는 시간에 화장실도 가고, 친구랑 이야기도 하고, 다음 시간 준비도 하는 거야."
너무 뻔한 말 같으신가요? 그런데 아이는 이 뻔한 말을 제대로 들어본 적이 없을 수 있습니다. "앉아"라는 명령은 수백 번 들었어도, 왜 그리고 언제는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을 수 있습니다.
그다음에 한 문장을 더 붙입니다.
"수업시간에 앉아 있는 건 어린이집(유치원, 학교)에서의 약속이야."
착석은 약속이고, 약속은 존중입니다
자리에 앉아 있다는 건 이런 뜻입니다.
- 내가 배울 권리를 스스로 지키는 것
- 다른 아이들이 배울 권리를 건드리지 않는 것
- 가르치는 사람을 존중하는 것
- 기관과 학교라는 시스템을 신뢰하는 것
이게 무엇일까요?
사회성입니다.
사회성을 잘못 알고 계실 수 있습니다
"우리 애는 친구를 못 사귀어서 사회성이 없어요."
많이 듣는 걱정인데, 그건 사회성이 아니라 기질에 가깝습니다. 말수가 적은 아이도 있고 혼자 노는 게 편한 아이도 있습니다. 그 자체는 결함이 아닙니다.
사회성이 부족하다는 건 이런 모습으로 드러납니다.
- 다른 사람 입장을 조금도 헤아리지 않는다
- 자기 생각 밖으로 나가지 못한다
- 자기가 하고 싶은 것, 하고 싶은 말만 한다
수업 중에 일어나 돌아다니며 떠드는 일은 — 어느 쪽에 더 가까울까요?
친구랑 잘 어울리는 것보다, 약속을 지킬 줄 아는 것이 먼저입니다. 약속을 못 지키는 아이는 결국 어디에서도 오래 어울리지 못합니다.
교사에게 맡겨서 해결되지 않는 이유
착석은 가르치는 사람 입장에서 가장 다루기 힘든 문제입니다. 한 명이 일어나 돌아다니기 시작하면 다른 아이들이 흔들리고, 그 시간 수업은 사실상 끝납니다.
그래서 교사는 그 아이 곁에 서서 붙들어 둡니다. 나머지 아이들 수업을 이어가면서요. 그것도 한두 명일 때 가능한 일입니다.
그리고 제도가 달라졌습니다.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에 대해 교사가 분리 조치를 할 수 있습니다. 예전처럼 눈치를 보며 안고 가지 않습니다.
여기서 오해하지 마셔야 할 게 있습니다. 교사와 협력하지 말라는 뜻이 전혀 아닙니다. 도움반과 행동중재 지원은 신청해야 받을 수 있고, 실제로 효과가 있습니다. 학기 초 상담은 반드시 하세요.
다만 하루 몇 시간, 스무 명 넘는 아이들 사이에서 교사가 이걸 대신 만들어줄 수는 없습니다. 뼈대는 집에서 세워야 합니다.
부모가 가볍게 여기면
아이도 가볍게 여깁니다.
"저 아이는 원래 그래요. ADHD가 있어서요." 이 한마디가 나오는 순간, 그 아이에게는 배울 기회가 닫힙니다. 원래 그런 아이는 없습니다.
집에서 이렇게 정리해 주시면 됩니다.
"엄마랑 앉아서 하기로 한 시간에 중간에 일어나서 가버리면, 엄마는 우리 ㅇㅇ이가 엄마를 존중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게 돼."
세게 느껴지시면 이렇게 낮춰도 같은 일을 합니다.
"약속한 시간에 그냥 일어나 가버리면 엄마도 속상해."
정리합니다
착석은 자폐 탓도, 지능 탓도, ADHD 탓도 아닙니다.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습관입니다.
약으로도 해결되지 않습니다. 약은 아이가 앉아 있을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지, 앉는 습관을 만들어주지는 않습니다. 습관은 따로 가르쳐야 합니다.
약에 대한 판단은 반드시 주치의와 상의하세요. 이 글을 읽고 임의로 조절하거나 중단하지 마세요.
방법은 있습니다. 5분에서 출발해 50분까지 갑니다. 다음 글에 10단계로 나눠 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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